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계세요? 임우빈 장로님!

많이 보고 싶은 당신께 몇 자 적어 보려니 괜히 눈물이 납니다.

66년전, 1965년 11월 18일 온 동네 국화를 꺾어 용인 송전교회 본당에 가득 채우고 당신과 나는 결혼을 했지요.

키는 작지만 잘생기고 믿음 좋은 당신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하남시의 신혼 집은 많이 작고, 겨울에는 춥고 배고팠지만, 그래도 당신의 사랑으로 견뎌온 날들이 그리워서 눈을 감고 그 때로 돌아가곤 합니다.

믿음으로, 찬양으로, 지나온 모든 세월을 뒤돌아 볼 때마다 미소를 짓게 됩니다.

첫째 미향이를 낳고, 둘째 미영이를 주님 곁으로 보내고, 미정이 3살, 신혁이 백일 때...

마음이 힘들어 도망치듯 서울로 이사한 새로운 보금자리가 바로 칼산. 대신교회가 있는 동네였지요.

친정 교회였던 송전교회와 비슷한 빨간 벽돌의 대신교회에서는 모든 성도가 의자도 없이 마루에 앉아 예배 드리면서도 정말 뜨겁게 기도할 수 있는 곳이었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날 수 있는 제 마음의 안식처였습니다.

고척동 대신교회로 이사할 때에는 당신과 나도 벽돌을 날라 교회가 세워졌고, 그곳에서 교인들과 국수를 만들어 먹으면서 행복했던 그 때가 저에게 큰 축복의 시간이었습니다.

고척동에서 교회를 건축하는 동안 서성모 장로님, 김하자 권사님 집에서 쉬고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큰 축복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32살, 당신은 37살 이었지요. 우리에게도 그런 젊음이 있었는데 말이에요. 그렇지요?

고척동 대신교회 완공된 그 때 미정이는 6살, 신혁이는 4살 우리 아이들이 그곳에서 커갔습니다.

또 한번 온수동으로 대신교회가 옮겨졌고, 우리도 하나님의 뜻에 따라 박현모 목사님을 모시고 온수동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대신교회가 있는 곳으로 함께 옮겨가며 지내왔네요.

온수동 대신교회에서는 미정이, 신혁이, 소영이, 그리고 은지와 지민이가 커가고 있어요.

우리의 바람대로 마음이 따뜻한 아이들로 잘 자랐습니다. 아이들의 사랑을 저만 누리는 듯 하여 당신께 미안합니다.

당신 57세에 중풍이 왔지요. 그런데 은혜로 치료받고 생활했지요. 그동안 1대 신앙이라 시험, 환란, 말도 못했어요... 아시죠?

당신, 지금은 하나님의 곁에서는 평안하시지요? 아파하는 당신께 나는 차마 암이라고 말 해주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투병하는 시간, 낮에는 제가 병간호를 했고, 퇴근 후에는 미정이가 병간호를 했던 때...

미정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기다렸던 저만큼 당신도 미정이를 많이 기다리셨었지요.

그 병실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나는 왜 당신을 더욱 정성스레 간호하지 못했을까요?

당신이 미정이에게 “나는 천국을 갈 테니 더 이상의 치료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지요.

당신의 구원의 확신에 우리 가족은 하나님께 감사드렸고, 끝까지 믿음의 길을 걸어가신 당신을 더욱 더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당신 아플 때 기도해주신 목사님, 장로님, 권사님, 성도님들에게 지금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남은 생도 심은 대로 거둔다고 하신 말씀을 늘 기억하며, 신령한 젖을 항상 사모하고, 같은 말, 같은 마음, 같은 뜻으로 같은 열매를 풍성히 맺다가 천국 가겠습니다.

임우빈 장로님! 저는 지금도 당신과 함께 앉아 예배 드리던 그 자리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이 남은 여행을 마치고 당신과 하나님께로 가면, 우리가 앉아 예배를 드리던 이 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예배를 드리겠지요.

천국 가는 그날 우리 반갑게 웃으며 만나요.

많이 보고 싶은 당신께...

당신의 영원한 아내 정설자 권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