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04.04
안녕하세요? 청년교회를 섬기고 있는 유수정 사모입니다.
월요일 아침 온라인으로 새벽예배를 드리고, 또 출근길에 "예루살렘 입성, 환대와 멸시가 교차하는 자리"라는 제목의 말씀을 다시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저녁 묵상 일기를 쓰면서 다시 말씀을 들었습니다.
지난 종려 주일 아침을 맞기 전, 꿈을 꾼 것이 기억이 납니다. 교회의 건물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었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피했는데, 담임목사님께서 마지막까지 설교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 안에 나도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교회 안의 다른 것들을 챙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이 꿈에 대해 별로 크게 염두하지 않았습니다. 크게 신경쓰지 않았기에 아침에 일어나 별다른 마음 없이 예배에 갈 준비를 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월요일 새벽예배 말씀을 다시 들으며 출근하는 길에... "아, 교회가 무너지는 게 건물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믿음에 대한 경고이지 않으실까?" 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새벽예배를 통해 본 말씀이 나에게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하나님은 그동안 내가 했던 기도들을 요즘 계속 상기시키십니다.
우리 가정이 물질의 부족함을 두려워하기보다 하나님의 임재가 떠날까 두려워하는 가정이 되길 기도했습니다. 나의 어리석음과 부족한 믿음 때문에 하나님이 이루어가시는 계획이 늦추어지지 않길 기도했습니다. 나를 통해서 이루어가실 하나님의 계획을 온전히 이루실 수 있도록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가 되길 기도했습니다.
내가 예수로 다시 살 수 있었기에, 나를 통해 누군가가 다시 살아나길 기도했고, 하나님이 보내신 곳이 광야라면 기쁨으로 그 시간들을 맞이하길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을 통해, 어느 순간 내가 했던 기도들을 모두 잊어버린 사람처럼 내가 행동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성령님께서는 대신교회에 오면서부터 계속 기도에 대한 부담감을 계속 주셨습니다. 크리스천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시는 그런 부담감? 지금까지 내가 크리스천이라서 받는 부담감과는 다른 마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믿음의 본을 보여야 하는 어떤 위치에 있어서 오는 부담감도 아니었습니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렘33:3)"
이 말씀이 아멘으로 받아들였지만 그 마음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의무와 축복을 모두 져버리고 있었습니다. 피곤하다고, 할 만큼 했다고. 이 정도 했으면 다했다라는 생각으로.
오늘 설교 가운데, "하나님은 기도할 넉넉한 환경을 약속하지 않았다"라는 말씀이 공감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이 그렇게 하신 것처럼 기도의 자리에 내가 머물러 있어야 함을 깨닫게 하십니다. 하나님이 나를 부르신 이 자리에서 부르짖어 기도함으로써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넉넉하게 감당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고난 주간 둘째 날, “하나님을 소망하는 모든 이들의 자리”라는 제목의 말씀을 들으면서,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들었도다."라는 내용이 제 마음에 부딪혀 왔습니다.
예수님이 화를 내시는 이 장면은 성경을 읽으며 숱하게 봐왔었던 부분입니다. 이 전에는 이 말씀이 크게 와닿지 않았었는데, 오늘 말씀을 들으며 ‘하나님의 성전에 하나님을 소망하는 자들이 아닌, 그 이름을 모욕하는 자들이 가득했었구나!’ 라고 깨달아졌습니다. 그 상황을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습니다.
나는 늘 "하나님의 사람은 하나님이 지키신다."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어디에 가든, 어느 상황에 처해 있든, 다윗의 노래처럼 나를 보호하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앙의 연수가 길어지면서 하나님의 이름으로만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고, "하나님의 사람은 하나님이 지키시지만, 하나님의 사람인 척 변해 가는 것도 한순간이겠다."라는 생각이 들곤 했었습니다.
오늘 말씀에 나온 성전에 있던 자들이 그러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긍휼함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더 어렵게 만드는 자들.
하나님을 소망하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모습이 아닌 욕심 가득한 모습으로 나오는 자들. 예수님이 성전의 "강도"들을 보고 소리를 쳤고 아무도 그에 반대하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이 당연합니다.
성령을 모독하는 자들을 향해, 나도 화가 나고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납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습이 나에게 전혀 없다. 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작은 믿음이라도 있는 자라면 산이 평지가 되게 할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예수님의 작은 믿음이라도 가지고 있는 자라면, 내가 속한 공동체에 작은 영향을 흘려보낼 수 있을텐데...
하나님이 보여주신 공동체의 모습이 내가 속한 곳의 모습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탓이 아닌, 내가 예수님을 닮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깨달아 졌습니다.
오늘 출근하여 학교의 다른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남편의 직업을 묻는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남편의 직업을 이야기하니, 대뜸 한 선생님 "저는 하나님이 믿어지질 않아요. 어떻게 하면 믿어져요?" 라고 물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이 너무 갑작스러워 다들 웃어 넘겼지만, '아 하나님이 날 이곳에 보내신 이유가 이 분 때문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 퇴근하는 선생님께서는 퇴근 길마다 ‘고난 주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남북한에 대한 기도를 어떻게 해야할지, 요즘은 어떤 기도를 해야할지’를 이야기하고 질문을 하기도 하십니다. 그럴 때면 '날 이곳에 보내신 이유가 이 분 때문일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종려주일 아침에는 목사님의 전화를 받고, 새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 위해 갑작스레 집에서 교회까지 뛰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교회로 뛰어오던 일이 생각나면서 또, '나를 이 교회에 보내신 이유가 이러한 역할 때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성전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버린 자들의 모습은 내가 놓쳐버린 하나님의 말씀들이 모여 크게 이루어지는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순간의 일어나는 일마다 내가 하나님께 매번 묻고, 기도하며, ‘하나님이 오늘은 나에게 어떤 일을 맡게 하실까?’, ‘하나님이 나에게 오늘은 어떤 말씀을 하실까?’ 그 작은 것에 귀기울여 나가길 소망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을 보낼 때, 하나님의 뜻을 다 헤아릴 순 없더라도, 하나님의 뜻이 아닌 일에는 분별하여 바라보는 눈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난 주간 셋째 날, “다락방, 섬기고 나누신 자리”라는 제목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만만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꼭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생활, 누군가와의 생활을 할 때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 새벽, 말씀을 통해 본 예수님의 모습은 초월적인 ‘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모습으로 오셔서 '무릎을 꿇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습니다.
그렇게 제자들을 가르치고 세우고자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십자가에서 고난 받을실 때, 제자들로부터 부인당하고, 고발당하고. 그렇게 따르던 많은 무리들도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습니다.
예수님도 제자들이 그렇게 하리란 걸 처음부터 알고 계시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알고 계셨음에도 제자들의 발을 씻기십니다.
일반적인 보통의 사람이라면, 배신 당할 것을 알고도 나를 배신할 사람에게 무릎을 꿇고 섬김의 모습을 보이진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신 이곳에 내가 있는 까닭은, 예수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함입니다.
내가 누군가의 관계에서 '만만한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 예수그리스도가 보이신 섬김의 본을 따라가는 것보다 더 중요할까? 라는 묵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보기에 바보 같고, 미련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 예수님을 따라 섬기고자 하는 마음, 낮아지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예수님이 기뻐하시지 않을까?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내 삶의 목적과 방향이, 무엇으로 향하고 있는지는 내 마음의 낮아짐을 보고 알 수 있는 듯 합니다.
믿음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지, 아니면 세상에서 바라볼 땐 불합리하고 억울할지언정 예수님이 가시는 그 길을 따라갈지....
예수님이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따라감에 있어서 성령의 이끄심이 내 삶 가득히 있길 원합니다.
2021년 고난주간에도 내게 말씀하시고, 말씀을 깨닫게 해주시며, 내 마음을 만져가신 성령님께 감사드리며,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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